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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필상 박사의 [짧은 글, 긴 여운]

칼럼 [짧은 글, 긴 여운]
제  목  금혼식날 안 것
작성일  2008-08-14 조회수  3424

어느 노부부의 금혼식날이었다. 그 동안 서로 건강했고, 수입도 상당했고, 사회 활동도 활발했고, 부부 관계도 무난했고, 슬하에 자식도 많은 행복한 노부부의 금혼식날이었다. 그래서 이 날 모든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이들 노부부의 금혼식을 축하해 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시장은 행운의 열쇠를 보내 왔고, 단골 레스토랑에서는 축하연까지 마련해 주어 더욱 빛나는 하루였다. 이들 부부는 오늘 하루를 이렇게 특별히 더 행복하게 보내고, 밤 10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은 뒤, 50년을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부인은 부엌으로 들어가 따뜻한 커피와 우유를 준비해 남편에게 주었고, 남편은 식탁 위의 빵을 잘라 아내에게 주었다. 이것은 이들 부부가 지난 50년 동안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해 온 한결같은 습관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오늘따라 빵을 받은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울지 않는가. 남편이 이렇게 좋은 날 우는 아내의 손을 감싸 쥐며 위로해 주었다.
“여보! 오늘 같이 좋은 날 웬 눈물이오? 아마도 우리의 50년 결혼 생활이 새삼스럽게 생각나서 그러는가 본데 그렇다고 울 것까지야 뭐가 있겠소?”
그런데 아내가 고개를 흔들며 뜻밖의 이런 고백을 하는 것이 아닌가.
“여보, 오늘은 내가 솔직히 한 마디 할게요. 어째서 당신은 그 맛없는 빵의 끝부분을 꼭 나에게만 주는 거죠?”
실제로 남편은 그 동안 자신이 자른 빵의 끝부분을 꼭 아내에게 주었었다. 물론 이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아내의 이 말에 남편이 심한 충격을 받으며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당신이 그 동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은 정말 몰랐소. 왜냐하면 나는 그 동안 내가 그렇게도 먹고 싶었던 가장 맛있는 빵의 끝부분을 당신에게 주어 왔기 때문이오.”
아내 역시 이 말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50년을 함께 살아왔던 이들 부부였지만, 이 날에야 마음 속의 비밀을 이야기함으로써 그 동안의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래서 서로를 위해 힘껏 노력했으면서도 50년 동안 서로 맛없는 빵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들이 이런 대화를 좀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50년 동안 서로 맛있는 빵을 정말 맛있게 먹었을 텐데 말이다.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대화이다. 서로가 서로를 싫어해서 대화하지 않고, 심지어 서로를 위해 참느라고 대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을 너무 아끼면 이 노부부처럼, 50년 후에나 겨우 진실을 알면서 부질없는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마음 속의 불만을 숨기지만 말고 상대방에게 솔직히 털어놓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아주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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